CREATIVE ISSUE

Subject : [CCI 컨설턴트가 말하는]디자인 에이전시로? 기업 디자이너로? 17-11-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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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I 컨설턴트가 말하는] 디자인 에이전시로? 기업 디자이너로?
 
“디자인 에이전시와 기업 중 어디로 가야 하나요?”
졸업을 앞둔 디자인학과 후배들에게 멘토링 해 준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만났을 FAQ (frequently asked question) no.1 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디자인과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할 때, “난 creative work 에 자신있어!!” 하는 경우는 디자인 에이전시로, “난 creative work을 직접하는 것 보다는 기획이나 관리가 맞아!” 하는 경우는 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가는 것이 보편적이라, ‘진정한’ 디자이너는 디자인 에이전시로 간다는 것이 그들의 통념이다.
 
그럼, 현재 시점의 한국의 디자인과 졸업생의 경우는?
“일단 대기업 넣어 보고 떨어지면 디자인 에이전시 가야죠.”
구직이 바늘구멍인 지금의 졸업생들은 나의 적성이나 미래의 진로를 생각할 겨를이 없으며, 직장인으로 직업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연봉’ 차이를 부정할 수도 없다. 만약 연봉을 최우선으로 직업을 결정한다면, 대기업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므로 아래 이야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어렴풋이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디자인 에이전시와 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일하는 방식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자.
 
디자인 에이전시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한다.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는 프로젝트는 예산을 가지고 있고 그에 맞게 프로젝트의 범위를 정해서, 단계별로 미팅을 하고 프로젝트를 종결 짓는다. 주로 회사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디자인이나, 신상품 디자인, 신규서비스 이름과 로고 같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의뢰하므로 에이전시 디자이너는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에 훈련이 된다. 이전보다 월등하게 낫거나 혁신적인 ‘CREATIVE’를 위한 아이디어회의,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 스킬 등을 매순간마다 요구받게 된다.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내가 속한 기업이 가진 브랜드 체계의 가이드에 따라 상품, 서비스에 디자인을 적용하고 시장에 출시하기 위한 현실적인 프로세스 등을 맡게 되는데, 이는 단기간에 마무리되는 프로젝트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들이 많은 편이다. 상품의 경우 사소한 변경내용을 수정하거나 업데이트하고, 마케팅이나 영업현장에 당장 쓰여야 할 안내물 등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인 이외 부서들과의 업무협업을 통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디자인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이 쯤 설명하면 눈치 챘겠지만 우리가 대학교 때 배운 디자인은 에이전시에서 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픽 프로그램의 각종 필터효과와 퇴근 시간을 당겨줄 현란한 단축키 마술 등을 1년이면 마스터하게 되고 곧 프로의 대열에 선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만큼 고된 것도 사실이다. 매일 매일 나의 결과물에 크리에이티브를 강요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기업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매일 받지는 않지만, 내 기업의 디자인이 일관된 얼굴로 시장에서 돋보이도록 관리하고 책임지게 된다. 영업과 마케팅부서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도록 일조함을 깨달음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디자인이 또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현실도 배우게 된다.
 
에이전시든 기업이든 무엇이 옳다는 누구 이야기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어떤 것도 내가 즐길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정말 혼란스럽다면, 심플하게 딱 하나만 생각해 보자. 

내가 10년 후에 어떤 모습이 되고싶은지 
“creative” director 가 되고 싶은지.
design “manager”가 되고 싶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