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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CCI 컨설턴트가 말하는] 2030년엔 무엇을 하고 있을까? 18-01-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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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I 컨설턴트가 말하는] 2030년엔 무엇을 하고 있을까?
 
2018년 CCI 커리어 컨설턴트의 첫 글.
무슨 주제로 시작해도 무게감이 크다.
 
2018년 올해 무엇을 해야 할까? 로 첫 글의 주제를 잡으려고 했으나 그건 너무 단편적이지 싶다.
그럼 12간지가 한바퀴 돌아 다시 개의 해가 오는 2030년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모두 나이의 앞 숫자가 바뀌어 있을 12년 후를 생각하고 나의 일을 고민해 본다면?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이 전세계를 흔들었으니 적어도 멀리보려는 노력이라도 따라 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올해의 첫 글적기는 마침 크리에이티브커리어(CCI)의 창립 철학처럼 “멀리보는 경력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내가 지금 더 이상 올라갈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 시니어라면 이 글이 좀 더 공감가리라 확신한다.
 
12년 전에는 이대로 지금처럼만 열심히 살고 있으면, 나도 내 주변의 멋진 사람들처럼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 가 있을 줄 알았건만. 열심히만 산다고 그 자리에 가있는 건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지금.
40대 중반에 일부 동료들은 기업에서 부장, 임원의 자리까지 올라서 리더로서의 위엄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니면 조직을 떠나 독립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프리랜서 혹은 디자인 에이전시 창업으로.
그래도 디자이너니 운이 좋단다. 1인 창업하기 가장 좋은 직업은 바로 디자이너라니. 나 한 명의 디자인 실력과 노트북 하나면 사업은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난 디자이너 맞는데 디자인은 못해요..
난 디자이너는 맞는데, 신입 입사하고 5년 이후에는 포토샵, 일러스트 쓸 일이 없었다. 이젠 단축키도 필터도 다 예전처럼 화려하게 맘처럼 되질 않는다. 기업 내에서는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작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아주 흔하고, 팀장이 되면, 하고 싶어도 할 여유, 시간이 없다. 아니, 해서는 안 된다. 조직관리, 프로젝트관리를 해서 조직으로 움직여야지 리더가 포토샵, 일러스트 붙잡고 디테일을 쳐내고 있는 건 조직에서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큰 조직일수록 그렇다.
 
기획력, 리더십, 실행력을 다 갖추고, 내 이름만 들어도, 혹은 프로필만으로도 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는 디자인 디렉터가 아니라면 기업을 떠나는 그 날까지, 직접 디자인 작업을 스스로 했어야만 했다. 아니면 적어도 빨리 손가락이 돌아갈 수 있도록 손을 좀 덜 쉬게 했어야 했다. 지금부턴 나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
 
난 디자인 잘 할 수 있는데 일은 어디 있나요…
운이 좋게 난 디자인 리더까지 꿰차면서도 실무를 손에 놓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퇴사하던 날 바로 당당하게 프리랜서 선언. 회사에 디자이너가 워낙 적고, 외부 에이전시를 최소 사용해서 내가 퇴사날까지 디자인을 직접 해야 했다. 이런 회사가 어딨냐고 이를 갈면서 18년을 다녔는데, 그만뒀더니 그만한 재산이 없다.
그런데… 내 디자인 실력을 써 먹을 클라이언트는 어디서 모시고 올 수 있는 걸까… 내가 18년 다닌 회사에서 나에게 일을 주지 않으면 난 어디서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다닌 회사가 클수록, 좋을수록 주변을 둘러보긴 어렵다. 내가 상대방을 서운하게 할 일은 많아도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할 일은 없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다가와 주던 사람은 이제 없다. 아주 흔한 소리 – 종이 한 장 차이 – 를 이제서야 깨닫고, 수줍어 하고 숨어 있으면, 나한테 일을 줄 고객은 없다. 퇴사하는 날 갑자기 용감해 지기 쑥쓰러울 것은 당연한 일. 따듯한 울타리 안에 있을 때 미리 용감해 지자. 나를 따를만한 후배들, 나를 믿는 선배들, 나에게 깍듯한 협력사들. 관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시간을 투자해 둔다. 내가 늘 손해본다는 생각은 나중에 다른 보답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40대 중반. 기업이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 20년 가까이를 살아 왔던 디자이너가 어느날 조직을 떠나 혼자 일하기 위해서는 용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그 순간 많은 숫자가 프랜차이즈 치킨집 창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 아닐까?
 
그래, 대박나는 치킨집이 나을지도!
내가 퇴근길에 자주 가던 그 치킨브랜드는 잘되는 자리에선 한달에 1000만원도 더 남는다던데…
어제까지 후배였는데 갑자기 아쉬운 소리하고 클라이언트로 모시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차라리 회사랑 먼 우리집 앞에서 조용히 치킨집을 해보자. 아르바이트만 쓰면 나는 고객앞에 나서지 않고 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때다. 12년 전 내 생각을 돌아볼 때, 아니, 12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할 때!
치킨집 창업으로 디자이너의 삶을 마무리 하고 싶었던 12년 전 내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12년 후에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지
 
그래 바로 오늘부터 준비한다.
내가 우산없이 비를 맞을 준비.
 

by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