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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CCI 컨설턴트가 말하는] 어떤 업계에서 일할 것인가? 18-04-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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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I 컨설턴트가 말하는] 어떤 업계에서 일할 것인가.
 
미국 대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뉴욕에서 공부한 학생이 졸업 후 킨포크의 도시 포틀랜드로 간다면 그것은 단지 회사나 업무의 선택이 아니라 삶의 속도와 철학, 함께 할 사람들의 성향까지 고려한 선택일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그런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서울로 꾸역꾸역 모여들게 된다. 미국에서 도시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한 우리의 선택은 ‘어떤 업계에서 일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업계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패턴, 함께 일하는 사람들, 동료들의 성비와 연령대, 그들의 취미와 성향과 회사의 분위기 등 총체적인 환경을 결정한다. 또 급여는 물론 근무 시간과 이직할 때 어떤 선택의 폭을 줄 것인지 등 커리어측면에서의 현실적인 문제들도 업계를 선택함으로써 이 모든 것을 선택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업계를 선택한다면 회사에 스니커즈를 신고 갈 수는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소득을 얻을 것이다. 화장품 업계를 선택한다면 여초의 오피스에서 일하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뷰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 둘러 쌓여 취미를 공유하고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남초의 오피스에서 일하고 싶다면 건설업계나 자동차업계를 고려할 수 있겠으나, 때로는 낮술이나 군대문화에 적응(또는 만끽?)해야 할 수도 있다. 광고업계에 있다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과 플렉서블한 시간 활용 대신 다른 업계나 클라이언트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제약이나 담배업계에서 일하게 된다면 업계의 문턱을 넘어 다른 업계로 이직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대신 높은 급여와 안정적이고 윤택한 업무환경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호텔, 또는 유통업계의 뒷면에는 우리 호텔/스토어가 열려 있는 시간이 내 업무시간과 맞물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숨어있지만 세상의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역동적으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게도 업계라는 것은 처음 선택에서도, 이직할 때에도 무척 중요하다. 내가 할 일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결정하기 때문에 업계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이미 결정해서 내가 일하고 있는 이 업계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하지 못한다면 떠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1~2년 경력의 주니어라면 용감하게 내가 원하는 기업의 문을 그냥 두드려 볼 수도 있겠지만, 3~4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이후에는 업계를 바꾸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한 번에 업계를 전환하는 것보다는 단계를 두고 원하는 업계로 이직하는 것을 권한다. 물론 식품에서 유통으로, 화장품에서 식품으로, 호텔에서 F&B로 등 자연스러운 이직의 방향이라면 바로 도전해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원하는 분야를 정하고 개인 작업 또는 프리랜서 프로젝트로 적어도 두 세 개의 실적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한 후에 도전하는 것이 무리없이 업계 전환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식품회사 패키지디자이너가 화장품 패키지 디자이너로 이직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스타트업의 화장품패키지 작업을 해 본다든가 개인 프로젝트로 뷰티제품군 컨셉디자인을 해보거나, 또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업무 안에서 더 탄탄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원하는 업계의 클라이언트를 가진 에이전시로 이직해서 2~3년 밀도 있는 경험을 쌓고 그 이후에 도전하는 것이다. 유통업의 패키지 디자이너가 브랜드디자인에이전시로 이직해서 다양한 업계의 브랜드디자인을 경험하고 원하는 업계로 이직을 시도한다면 성공확률은 꽤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나에게 맞고 어울리는 옷을 입고 일하길, 그래서 더 좋은 성과와 삶에서의 만족이 있기를 바란다.
 
by Kelly